몇 달 전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읽고 돈의 소중함을 느끼고자 공익 근무가 끝나는 즉시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다. 그중에서 특히 물류센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었다.
왜냐?
상하차는 아르바이트 중 가장 힘들기로 악명 높기 때문이다. (좀 변태 같지만) 필자는 그런 도전을 좋아한다. 남들이 꺼려하는 그런 일 말이다...
알바천국에서 거주지에서 가까운 지역을 찍고 단기, 상하차 이렇게 적으니 3~4개 떴다. 거기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곳에 신청을 했다. 참고로 필자는 CJ 대한통운 군포터미널에서 일을 했다.
필자는 오전 7시~오후 1시 타임을 신청했는데. 좀 이른 감이 있지만 1시부터는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고 일찍 일어날 수 있어서 참 매력적이게 다가왔다. 한 가지 단점은 셔틀버스 운행을 안 해서 알아서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5시 50분에 버스를 타고 가야만 했다.
새벽에 꾸역꾸역 일어나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전광판에 버스 번호가 안 뜬다. 그래서 전화해보니 이게 웬걸 필자가 탈 버스는 6시부터 운행한단다.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 보고 최초 운행 시간이 새벽 5시 전이라는 걸 확인하여 기다렸는데 그 최초 운행 시간은 반대 방향의 버스였다.
참 좋은 경험이다.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차를 타고 물류센터에 도착했다.
도착하니 고요하다. 커다란 터미널 안에는 사람들이 몇 있었지만 뭔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진 것 같지는 않다. (필자는 화물차가 들어오는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. 이게 맞나?) 쿠팡은 가자마자 교육도 하고 뭘 한다는데. 여긴 신분증 검사도 안 했다. 형광 옷과 목장갑을 받고 이름과 정보 몇 개를 썼다. (폰은 안 걷었다)
7시쯤 되자 아저씨 한 분이 레일의 마지막 끝자락으로 데려갔다. 필자는 처음에 상차 또는 하차를 기대하였지만 그 개꿀이라는 분류를 하게 된 것이다. 그곳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함께 분류를 시작하게 되었다. 말이 없지만 (진짜 없음) 일을 참 열심히 하시는 분이었다.
레일이 돌아가기 시작하고 아직 물건이 안 나온 시점 주변에 근로자들은 모두 비장한 표정이다. 폭풍전야의 고요랄까..
마침내 맨 앞, 커다란 화물차에서 사람들이 하차를 진행하는 게 보였다. 저 멀리, 번쩍번쩍 빛이 밖에서 들어오고 나무뿌리에서 양분이 보충되듯 가지처럼 뻗어있는 레일에 택배물이 흩어지는 게 한눈에 보였다. 필자는 마지막 끝의 레일이라 드문드문 왔다. (와우!)
그렇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었다. 택배물의 주소를 보고 3~5가지의 분류를 하면 되는 것이다. 남이 소중하게 사용할 물건을 농구공 던지는 것 마냥 휙휙 던지는 게 참 중독성 있었다. 음 생각보다 할 만 하구나.
괴음을 내며 빠르게 돌아가는 레일을 보고 있어 착각을 했을까? 몇 시간 했을까? 3시간? 4시간? 생각하다고 있다가 아저씨가 말을 한다.
9시 10분까지 쉬면 된다고. 뭐? 2시간 했다고? 시간이 참 느리게 가는구나. 노트북 앞에 앉아만 있어도 3시간은 금방 갔는데...
그곳은 시간을 교환하여 돈을 받는 곳이었다.
크게 힘들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좀 힘든 일을 적자면
1. 위 사진에 저 철로 된 케리어(?)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. 아무튼 저기에 택배물이 쌓이면 지정된 위치로 갖다주고 새로운 걸 가져와야 하는데 택배가 많이 쌓이면 잘 안 움직인다. 물론 힘으로 하면 되지만 가끔 바퀴가 고장 난 게 있어서 그런지 방향 조절이 안되고 (트럭에 살짝 부딪혀 트럭에서 곤히 자던 내 또래를 깨우기도 했다) 속도가 안 난다.
2. 가끔 엄청난 물량이 한꺼번에 오는데 정신없다. 뒤도 안 보고 택배물을 뒤로 휙휙 던지고 한다. 무거운 물건도 왔는데 크게 힘들진 않았다. 6시간 동안 50개 미만으로 왔다. (사실 같이 옆에서 같이 일하는 아저씨가 반 이상 처리했다.)
3. 오래 서 있는다. 허리와 무릎이 아프다.
위 세 가지를 보고 괜찮아 보이면 할만할 것이다. 개인적으로 여성도 분류는 겁먹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. 필자는 체격이 왜소하지만 무리 없이 잘 해내었다.
필자가 가장 힘든 부분은 쉬는 시간마다 주식창을 보며 오늘 일한 치보다 가만히 있어도 날아간 돈이 많다는 걸 생각하며 절망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.. 내가 날린 돈 이렇게 컸구나. 내가 무심코 날린 돈 몇 달을 일해야 벌 돈이었나?
자기 원망이 큰 하루였다. 주식 투자를 하며 슬럼프가 찾아오면 주기적으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다.
흔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사랑, 우정 이런 소리를 주로 하지만 노동과 시간의 가치도 돈을 주고 살 수는 없는 것 같다. 앞으로 100원도 전재산 투자하듯 대하여야 한다는 걸 깨달은 좋은 하루였다. 그리고 블루칼라.. 고된 일이다.
필자는 반드시 머리를 써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.